사운드스케이프 : 소리로 기술記述하는 도시풍경
전시기간 : 2012-04-11 ~ 2012-06-16
전시작가 : 김영은, KimChangPractice!!, 부추라마, 신제현, VIDE(강석민, 오현경, 이승도, 진희웅
2012 주제기획
* 작가와의 대화 및 이벤트 : 2012년 5월 12일 (토) 오후 2시
개막 행사 대신, 작가와의 대화와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 리서치 라이브러리
전시장에 전시 개념, 사운드리서치, 참여 작가 자료가 함께 소개됩니다.


들리지 않았던 도시의 소리를 듣기

이번 전시의 아이디어는 올해 초 1월, 중부 제 2고속도로에서 시작했다. 고속도로에서 오랜 시간 운전을 하다보면 음악CD나 영어 테이프도 귀찮아지고, AM 라디오의 시사정치경제 그리고 성인 대상 프로그램이 유용할 때가 있다. 소리로 세상을 재구성하여 적극적으로 듣는다는 것 무엇보다 시각적이지 않은 비시각성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했다. 이런 면에서 사운드스케이프는 조금 낯선 전시일 수도 있고, 불친절한 전시일 수 있다. 변명같지만, 그러한 지점에 전시의 소박하지만 야심찬 기대가 있다.

애매하고 불분명했던 전시는 작가들과의 이야기 속에서 구체적이 되어 갔고 관련된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소리의 자본주의』에서 요시미 순야는 가후라는 예민한 소설가의 일상을 설명하며, 도시의 소리가 하나하나 도시의 장소적 확장 속에 들릴 수 있다는 것과 복제 기술(과학 기술)에 의한 평면적 소리가 주변에 넘치는 상황에서 장소적 소리 세계에 집착하려는 양면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 도시 만보객의 일상, 『청취의 과거』에서 청각적 근대성의 의미, 『Noise & Capitalism』에서 자율적 발화로서의 소음과 신자유주의, 『청취의 기술』에서 듣기의 문화정치학적 접근은 중요한 개념이다.

김영은의 영상 작업 <세미콜론 ; 이 본 세계의 단위들 >은 세미콜론을 화자로, 컴퓨터에서 익숙한 11개 부호에 대한 몽상적이면서도 유머있는 소음극 퍼포먼스와 한국말이 어색한 외국인들의 나레이션으로 구성된다. 작가는 이미지, 사운드, 텍스트의 연결과 미끄러짐이 가득한 소음극의 알레고리를 사용함으로써, 비물질적인/물질적 영역, 비가시적/가시적 영역 그리고 과학적/예술적 영역 사이의 이분법을 넘어, 청취라는 행위의 환기를 통해 세계에 대한 재인식과 재배치를 시도한다. 11개의 부호가 모여 거대 서사시를 만드는 코러스는 소음극의 배경이었던 장소는 빈 공간이 되면서 시각적 정치학의 주체를 역설하고 작가의 자의적 채록 드로잉으로 전시 된다. 장소-특성적 작업인 < 입구로부터 열일곱걸음>은 화이트큐브에서의 실제 소리를 블랙큐브의 상상적 소음으로 재구성함으로써 관계적 장소성을 제시한다.

KimChangPractice!!, 는 인천(장윤주)과 청주(김민경)에서 성장하여 서울에서 조우하여 88만원 세대 아티스트 콜렉티브를 결성한 배경을 가진다. 충북과 청주 지역의 유명 설화 4가지를 5명의 사람이 다시 말로 전하는 나래이션을 듣는 것은 텍스트 기술(text description)방식이며, 비장소성과 비역사성의 알레고리를 가진 송도국제신도시의 평평한 이미지와 동시적으로 체험하는 행위는 장소성과 역사성의 보편성과 특수성에 대한 또 다른 제언이다. 전형적 장소성과 역사성에 대한 답사-채집-재배열의 방식은 KimChang Practice!!, 의 문화정치학적 재전유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차이나타운에서 가져온 정물>로 대표된다.

부추라마는 하위문화와 하위주체에 대해 음악적 기록과 채집 그리고 합창이란 방식을 선택한다. 얼마전 <무한도전>의 ‘명수야 놀자’편에서 ‘엎어라 뒤집어라’의 방식을 놓고 멤버들끼리 진지한 열전을 본 사람이라면 그에 앞선 부추라마의 전국 초등학교의 놀이 문화 영상 앞에 즐거움과 추억을 함께 경험한다. 부추라마 1.0이 하위문화에 대한 기록이었다면, 부추라마 2.0은 비전문가들의 합창이란 하위주체의 발화를 보여준다. 또한 음악은 신자유의적 공간에 생겼다가 사라지는 소리를 되살리는 행위에서 중요한 매개가 된다.

신제현은 장소성을 사운드로 재현하는 ARIN Project를 전북 군산과 서울에서 진행한바 있다. 짧은 준비에도 물리적으로 청주의 곳곳을 다녀야 했던, 어쩌면 가장 사운드스케이프적인 작업이 아닐까 싶은 ,< 청주 싸운드 - 오르골 >은 일종의 심리지리학적 사운드맵이다. 세르토가 주장했던 도시의 산책자가 어슬렁거리기로 도시 일상 공간의 재전유를 제시했다면 작가는 21세기적 도구를 사용하되 주체가 장소를 심리적으로 경험한 방식으로 오브제를 모으고, 그것들을 전시공간에 재배치함으로써 지역성에 대한 또 다른 기술(記述)을 시도한다.

VIDE는 ‘지금, 여기’에 라는 시점에서 도시성과 지역성에 대한 비물질적 시도에 대한 불완전한 가능성이다. 지역 미술 대학을 기반으로 한 신진작가들과 신진기획자들의 협력을 기반으로 리서치를 기반으로 하는 작업을 시도하고자 했지만,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럼에도 지역성이 내포하고 있는 전형적 전통의 여러 맥락들을 살펴 보고, 익숙했던 시공간이 다르게 인식되는 경험 자체가 앞으로 지역연구와 미술에 대한 위치짓기 일 수 있다.

도시라는 압도적 시각성을 비시각으로 기술한다는 것은 지역성과 도시성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한데, 이번 전시에서는 도시 일상성에 대한 보편성과 특수성, 구술과 대중문화, 하위문화와 하위주체, 재전유와 재배치 등이 재해석의 주요 관점이다. 획글을 폼나게 마무리하고 싶은 욕심에 며칠을 고민해보았지만, 결국엔 (볼 수 있는데)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기에 들리지 않았던 것을 들리게 하는 경험과 인식의 맥락에 또 다른 예술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익숙했던 일상 공간의 낯선 소리를 듣고 우리의 동시대성을 이해하기 위한 상상과 실천의 시작이다.

채은영(우민아트센터 학예실장)



<작품소개>

김영은, 세미콜론;이 본 세계의 단위들, 2011, 싱글 채널 비디오 & 2 채널 사운드, 25’40”
<세미콜론;이 본 세계의 단위들>은 음악극 <<작명소 레슨 : 세 개의 트리트먼트>>』(2009)의 제3장으로, :(콜론), “ ”(따옴표), -(하이픈), …(말줄임표), ( )(괄호)와 같은, 이름과 형상이 있지만 소리가 없는 12개의 문장부호가 등장한다. 원래 소리가 없는 부호들은 각 성격에 따라 자기만의 소리를 갖는데, 이야기는 세미콜론;의 다성적이고 불안정한 나레이션들과 마지막 모든 부호들의 코러스로 구성된다.

김영은, Chorus - Now, Lets Open a Book, 2011, 펜, 종이에 수채, 45 X150cm
<세미콜론;이 본 세계의 단위들>의 마지막 부분인 코러스에 대한 악보로 실제 존재하지 않지만, 12개의 문장이 가진 소리와 합쳐진 코러스에 대한 작가의 상상적 기호이다. 

김영은, 입구로부터 열일곱 걸음, 2012, 멀티 채널 사운드 설치, 가변크기, 4’38"                                       
우민아트센터 전시장에서 녹음된 여러 가지 소리가 몇 가지 연출을 거쳐 다시 전시장에서 들린다. 어두운 공간에서 들리는 소리로 그려지는 공간은 조명이 환한 미술관의 본래 공간인 화이트 큐브와 사뭇 다르다. 소리 연출의 방식은 이렇다. '미세한 것은 웅장하게, 명확한 것은 미세하게, 가까운 것은 멀게, 먼 것은 가깝게'

KimChangPractice!!, 구녀 설화 외, 2012, 이야기_사진, 가변크기, 12'32"
청주 풍경을 시각이 아니라 시나리오 혹은 내러티브의 관점에서 기술한다. 구술 이야기는 시각적 공간성을 가지는 씬(secen), 장면, 무대를 상정하기 때문에 텍스트(문학)과는 다르다. 청주가 배경이거나, 청주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일정한 위치에서 들리게 하며, 동시에 신도시 도시풍경을 병치하여 구술사와 지역의 정체성을 연결짓는다.

KimChangPractice!!,  차이나타운에서 가져온 정물, 2009, C-프린트, 84 X 60cm
한국 속에 민족, 문화, 정체성, 인종이 혼재된 채, 동아시아 근대화의 일면을 찾아 볼 수 있는 인천 차이나타운을 답사하며 채집한 오브제들과 풍경 사진들로 다른 정물화를 재구성함로써, 정치 문화적 지형도를 살펴본다.

부추라마, 부추라마 1.0 : 부추먹고 맴맴 달래먹고 달라이라마, 2010, 싱글 채널 비디오&설치, 40’27”
부추라마, 부추라마 2.0 : 부추라마합창단, 2012, 싱글 채널 비디오 & 설치, 15’17”
관광지에서 구입한 싸구려 토속악기와 장난감 악기로 구전동요를 연주하고 부르는 2인조 밴드 부추라마는 전국 초등학교를 돌아다니며 놀이문화를 기록 및 채집한다. 또한, 구전동요의 작곡방식 즉, 주변의 흥미로운 소리들을 채집해서 아무렇게나 섞어 부르는 방식을 모방하여 창작곡을 부른다. 2011년부터 공연의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모아 합창단을 구성했는데, 그렇다고 부추라마가 인디밴드 혹은 자립음악가는 아니다. 부추라마는 공기처럼 물처럼 우리주변을 서성거리며 음악이 되지못한 소리들을 향한 메아리이다.

신제현, 청주 싸운드- 오르골, 2012, 청주에서 수집한 오브제들, 모터 장치, 가변크기
청주 지역 153.45km²를 같은 넓이로 50등분 하고 각 50개 지점의 위성 좌표를 GPS로 찾아가 발견한 오브제를 전시장으로 가져온다. 50개의 물건을 원형으로 배치하고 중앙의 막대기가 느린 속도로 돌면서 물건을 건드리며 소리를 낸다. 도시의 사운드스케이프를 하나로 지각할 수 없기 때문에, 거리라는 기준에 의한 고유의 소리를 듣는 이러한 사운드 웨이브는 도시성과 지역성을 청각적으로 기록보관하는 하나의 태도가 된다.

VIDE(강석민), 이거리 저거리 각거리 part 2, 2012, 벽면 위에 레터링, 가변크기
VIDE(진희웅), 낭만청주찾기, 2012, 영상, 가변설치, 45'26"
VIDE(이승도), 방언-설화-놀이-굿, 2012, 벽면에 다이어그램 및 오브제, 가변크기
VIDE(오현경), 리서치 라이브러리, 2012, 가변크기

강석민은 전국적으로 보편적인 놀이 동요인 ‘다리세기놀이’가사를 작가의 고향(경상도)의 거친 언어를 사용해 개사하였다. 진희웅은 대중음악 속에서 청주의 여러 장소를 찾아내고 그 곳을 찾아가며 익숙했던 공간을 새롭게 재인식한다. 이승도는 전형적 지역성과 관련된 소리 중 4가지 테마에 대한 개별 리서치에 대한 컨셉 다이어그램을 제안한다.


<작가소개>

김영은 <청취자들,인사미술공간(2006)>, <작명소레슨:제1장, 대안공간루프(2009)> ,<세미콜론;이 본 세계의 단위들,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2011)>, <층간소음극 “402호”(문래예술공장, 2011)>등의 전시를 가졌다. 노이즈와 기호, 드라마에 지속적인 관심이 있다. www.youngeunkeem.kr

KimChangPractice!! 김민경, 장윤주 2인으로 구성, 개인전 <지역 안내서 만들기의 실제, (스페이스빔 . platform slowrush, 2010)>, 그룹전 <안녕없는 생활들, 모험들, (부산시립미술관, 2011)> 외 다수 전시에 참여했다. 출판물로 <<지역 안내서 만들기의 실재(2010)>>, <<투어맵:송도(2010)>>가 있다. http://kimchangpractice.com

부추라마(안데스) 디자이너 출신으로 쌈지 아트디렉터로 일했으며, 자신의 착장을 매일 사진으로 기록하는 데일리코디를 6년간 진행한다. 최근, 자신이 입던 옷으로 패션쇼를 기획했다. 구전동요를 주로 부르는 2인조 듀오 부추라마로 활동했으며, 2010년에 활동을 정리하는 DVD를 발매했다. 2011년부터 부추라마합창단을 창단, 이끌고 있다. www.boochoolaamaa.kr

신제현 개인전 <ARIN Project 인사 미술 공간(2011)>, <Play Mob, 아트스페이스 휴(2010)>, 기획전 <침투의 기술, 대안공간꿀풀(2010)>, <옥상과 영상, 인사동 옥상(2011)> 외 다수 개인전과 기획전에 참여했다. www.shinjaehyun.com

VIDE 일시적으로 만들어진 프로젝트 콜렉티브로 '비어있다' 라는 프랑스어에서 차용했다. 지역 신진 작가인 강석민, 진희웅과 신진 기획자 오현경, 이승도가 도시성과 지역성에 대한 사운드 리서치라는 과정에서 얻은 리서치 라이브러리, 작업 및 다이어그램 등을 선보인다.